1. 시간여행, 과학이 다가간 상상의 영역
시간여행은 오랫동안 공상과학소설과 영화에서 다뤄져온 인기 주제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은 더 이상 시간여행을 단순한 판타지로만 보지 않는다. 특히 20세기 후반부터는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의 발전으로 인해, 시간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물리적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중요한 점은, 과학자들 간에도 시간여행의 가능성에 대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기술적 한계가 크다고 보고, 다른 학자들은 아예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 분야를 대표하는 과학자들인 스티븐 호킹, 킵 손, 카를로 로벨리의 입장을 중심으로, 시간여행에 대한 과학적 전망을 살펴보자.
2. 스티븐 호킹 – 시간여행은 가능하지만, 과거는 금지된다?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시간여행에 대해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시간의 역사》와 여러 논문에서 상대성이론이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허용한다고 보았다. 특히 중력이 매우 강한 블랙홀 주변이나, 광속에 근접한 이동 상황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느려져 미래로 갈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호킹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었다. 그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연대기 보호 추측(Chronology Protection Conjecture)’을 제안했다. 이는 “물리법칙은 시간여행에 의한 모순을 방지하도록 작용한다”는 주장으로, 자기 모순적 상황(예: 할아버지 역설)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주가 스스로 보호기제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흥미롭게도 호킹은 실제로 시간여행자가 존재하는지를 실험한 적도 있다. 2009년, 그는 시간여행자 초대 파티를 열었지만, 초대는 파티가 끝난 뒤에 발송되었다. 이 실험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호킹은 유쾌하게 “아무도 오지 않아서 시간여행자가 없음을 증명했다”고 말했지만, 이 실험은 과학자들의 상상력과 유머를 보여주는 일화로 남았다.
3. 킵 손과 카를로 로벨리 – 이론은 열려 있으나 현실은 멀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맡았던 킵 손(Kip Thorne)은 시간여행이 이론적으로 가능한지를 연구한 대표적인 물리학자 중 하나다. 그는 1980~1990년대에 걸쳐 웜홀(wormhole)을 이용한 시간여행 가능성에 대해 활발한 논문을 발표했다.
웜홀이란 우주공간의 두 지점을 연결하는 일종의 시공간 터널로, 이론적으로는 한 쪽 입구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시키면 시간차가 발생하여 시간여행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음의 에너지(negative energy)라는 물리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조건을 필요로 하며, 웜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도 아직은 미지의 영역이다.
한편, 양자중력 이론을 연구하는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는 시간에 대한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접근하는 과학자다. 그는 저서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The Order of Time)》에서 시간은 고정된 흐름이 아니라, 관측자에 따라 정의되는 관계적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즉, 우리가 말하는 ‘과거’와 ‘미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사건들 간의 정보 흐름과 상호작용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시간여행이 어떤 방식으로든 가능하다고 단정짓기 어렵지만, 미래로 이동하거나 시간 구조를 바꾸는 새로운 물리학의 길이 열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과학적으로 이론적 가능성이 열려 있는 분야다. 특수상대성이론, 일반상대성이론, 웜홀, 양자역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간여행과 관련된 연구가 진행 중이며, 실제 실험과 기술에서도 일부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아직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깊은 논쟁의 대상이며, 많은 이론적·논리적 장벽이 존재한다. 스티븐 호킹은 그 가능성을 차단했지만, 킵 손과 로벨리는 시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탐구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현재로서는 시간여행은 과학과 철학, 상상이 혼합된 흥미로운 영역이다. 그러나 물리학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지금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개념이 언젠가는 현실의 일부가 될지도 모른다.